석사를 진학하는 과정에서 학부시절 제가 존경하고 롤모델이신 교수님의 권유로 금속제련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신소재 공학에 마음이 쏠렸죠. 석사 논문 마무리될 무렵 지도교수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전공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금속제련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그 동안 저를 관찰해 본 결과, 물리보다는 화학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계속해보기를 권하셨습니다. 사실은 엔지니어였던 아버님의 권유로 금속공학을 전공으로 택하였지만, 이후 저는 금속제련을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하였습니다.
박사과정 진학 후 한국과학재단(現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지원받은 덕분에 학업 몰두 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공업분석화학의 실험조교를 5년 동안 하였는데, 그 때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실험방법과 테크닉, 실험과 실습에 임하는 실험자의 자세는 평생의 연구활동에서 원칙이 되어 유용하게 활용이 되었습니다. 아주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보다 직접 실험하고연구하는 것에 더 흥미가 많아 주저 없이 연구소 취업을 선택했고,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동력자원연구소(現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취업하였고, 1년 정도 미국 UC 버클리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비록 제 연구인생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에게는 새롭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외국 동료들과 협동 연구를 하며 연구자로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타 분야와 융합하는 협동 연구가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눈길을 끄는 신문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1992년 제정)이었습니다. 한국이 산업국가로 발돋움 하면서 서서히 환경과 자원에 눈을 돌리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신문기사를 보는 순간 '아, 앞으로는 쓰레기도 자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필연적으로 재활용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국가차원에서 이를 위한 R&D가 강조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폐자원으로부터 유용금속의 재활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고물상을 하는 20대 청년이 연구실로 찾아와서 폐컴퓨터의 부품에서 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학에서 학생운동으로 제적을 당한 사연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이미 폐자원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었습니다.
고물상 청년과 의기투합하여 폐자원으로부터 귀금속의 재활용에 대한 연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청년은 지금 번듯한 재활용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광산으로부터 유용금속의 재활용은 금속제련기술에 기반하고 있으나 앞에서 말씀 드린 데로 대학에서는 첨단소재(재료)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수한 연구인력의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가 설립될 때,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원순환 전공 학과를 석·박사 과정에 개설하고 전공책임교수로서 인력양성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외국의 선진연구팀과 교류하면서 앞서있는 우리 연구팀의 응용기술과 실용화 경험을 전수하고 뒤처져있던 원천기반기술을 배우는 등 도시광산 연구의 국제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많은 국가의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와 협동연구 또는 연구를 희망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그간 저의 연구성과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연구자 및 관련기업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면서 아이디어들을 도출했습니다. 그것들의 실증에 대한 연구 몰입과 이후 눈으로 보여지는 결과가 얻어지고 상용화 되는 것에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연구개발사업들이 실용화에 중점을 둔 대형과제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개발한 재활용 기술의 실용화에 성공하였을 때 보람도 있었지만, 연구자로서 학문적 성과를 창출하고 싶은 욕망을 희생시켜야 하며, 때로는 우리의 연구가 앞섬에도 불구하고 외국 연구자들이 논문을 먼저 발표할 때는 자괴감도 많았습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의 석·박사과정 학생,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통하여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전문분야인 금속제련 뿐만 아니라 연관된 분야의 학술지 (저널)을 정기적으로 봅니다. 또 외국의 전문가들과 상시적이고 꾸준한 교류를 하고 있죠.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문분야 혹은 관심 분야의 정부정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나름대로 미래 방향을 예측합니다.
본인의 전문성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전문성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