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줄 요약
· Part1. R&D 커리어의 시작 : 미래를 향한 도전, 다양한 경험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 Part2. 국내에서 해외로! : 국제 교류와 실전 경험으로 전문성과 시야를 확장하다
· Part3. 새롭게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 준비된 자세와 네트워크, 끈기로 커리어를 쌓아가라
연구자에서 행정가로 이어지는 경력 전환 스토리
![]()
Part1. R&D 커리어의 시작 – “기업에서 산업계 경험을 쌓고 더 넓은 세계로 뛰어들다!”
Q1. 현재 소속과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융합기술정책과장 이우진입니다.
현재 공공융합기술정책과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공융합기술정책과는 공공영역에서 쓸 수 있는 R&D 성과를 개발하는 부서로
다양한 사회 문제, 재난, 산업재해와 같은 공공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연연구소 또는
대학에서 만든 성과들을 실증하거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존 규제를 보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분야 간의 통합 및 산학연구의 융합 R&D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Q2. 현 직장에 근무하기까지의 경력 전환 과정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금속공학을 전공한 후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0년에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기업 반도체 연구소에서 3년간 근무하며 산업계에서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포닥에 지원 후 연구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공무원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현재 과학기술부에서 21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Q3. 박사 과정 중 기업으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저는 박사 과정 중 기업체에서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면 남은 수학 기간 동안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받고,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군 복무 대신 ‘전문연구요원’으로 기업체에서 대체 근무하게 됩니다.
저 역시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산업체에 의무 복무를 시작했고,
그곳에서 근무를 마친 후 남은 2년의 전문연구요원 기간을 채운 뒤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박사후연구원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Part2. 국내에서 해외로! – “글로벌 경험 확장 후 선택한 것은 연구자가 아닌 공무원?!”
Q4.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진학하게 된 계기와 선택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는 해외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과 선배들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글로벌 경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런 이유로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해외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기관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현재 펀딩이 없다”거나 “조금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모두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캐나다 퀘벡 주의 샤브룩 대학교에서 첫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기대가 컸지만, 불어 사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제안받아 결국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미네소타주는 6·25전쟁 당시 10만 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한 지역으로,
다른 주 들에 비해 개방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기후는 춥지만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미네소타대학교 화학공학과는 MIT나 버클리에 견줄 만큼
높은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곳이었기에 해당 분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존경하는 분인 최형섭 전 과학기술부 장관께서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기에
그분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Q5. 연구자가 아닌 공무원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대부분의 사람은 그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가며
한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기업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후 제 의지로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시작했고, 연구를 계속하면서 강단에 서서
후학을 양성하는 꿈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실패와 도전을 거치며 결국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 선택은 제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마침 박사 인력을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 공고가 나왔고
저는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공직은 국민과 연구자를 지원하는 의미 있는 일이며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공무원으로서 분명히 제 역할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그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6. 연구만 하시다가 공무원을 선택하실 때 걱정되거나 고민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깊은 지식과 지속적인 사고,
그리고 탐구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공직에서는 순환보직 제도로 인해
1-2년마다 다른 자리로 이동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감사 업무, 연구 지원, 연구 예산 조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야 하므로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고루 갖춘 역량이 요구되죠.
제가 과연 이런 방식의 전환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 덕분에
오히려 여러 전공의 연구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분야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돈을 내야 하지만,
저는 오히려 월급을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에 그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Q7. 연구자로 쌓아온 노하우를 공무원에 적용해서 도움이 되셨던 적이 있으셨나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활 연구인이 되는 데 필요한 역량에 대해 많아 고민했는데요.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문제를 깊이 파악하는 시각을 갖는 것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정답이 아닐지라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접근하는 능력입니다.
또한 정신노동자로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연구자로서의 장점이라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거나 아이를 돌보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죠.
이러한 역량들은 공직에서도 정책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연구 과제를 구상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와 공무원의 역할을 비교하자면,
연구자는 직접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공무원은 그 성과를 지원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사실 어떤 자리에서 연구하느냐보다는
연구를 통해서 해답을 얻어내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좋은 저널에 내서
본인 이름이 프린트되고 자기 성과가 되는 것들이 높은 수준의 유희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공무원으로 일을 할 때는 나의 것, 나의 기여도 부분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고민하고 윗분들한테 보고하기 때문에 결국은 장관님의 성과가 될 수 있기도 하고,
자신의 기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획 보고서를 통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의 제목을 구상하거나 보고서 내용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제 방식대로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만족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나만이 아는 성과일지라도 충분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얻을 수 있죠.
결국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있어야 계속 그 직업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
Part3. 새롭게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 “연구자는 몰입과 깊은 사고를, 정책가는 위기 관리 능력을 길러라!”
Q8. 포닥, 산업계, 정부까지 이어진 커리어 여정에서 중요하게 배운 점이나 의미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산업체에서 근무했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박사 과정 중에 겪은
소규모 연구실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큰 조직 안에서 팀워크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고,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은 제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해외 석학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융합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랜 기간 근무하고 있는 공직은,
제가 국가로부터 받은 여러 혜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공계 분야에서 병역을 대신해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했던 경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해외 포닥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기회 모두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순환 보직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울 수 있었으며,
국민의 세금이 과학기술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배우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Q9. 경력 전환 과정 속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사실 커리어 전환은 제가 미리 계획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했고, 특히 미국 유학 시절에는
제 전공인 금속 부식 연구에서 나노 물질 분석과 광학 현미경 연구를 했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재료 준비 단계에서 광섬유를 매우 얇게 만드는 작업과
그 위에 금속 알루미늄을 증착해 용액 속에서 제어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수백 번 시도해도 성공은 한두 번뿐이었고, 성공한 재료도 용액에 넣으면
곧바로 부서지는 등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어떤 형태든 논문이나 연구 결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끈기와 긍정적인 태도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Q10. 경력 전환이나 취업을 앞둔 이공계 후배들에게 연구자와 정책가 중 선택할 때 필요한 역량을 조언해 주세요.
제가 존경하는 (전)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셨던 최형섭 금속공학 박사님은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계시는데요. 그분의 묘비에는 “생활연구인이 되라”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는데,
저는 이 말처럼 생활연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연구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시각, 끊임없는 호기심,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집중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비록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덕목을 바탕으로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간다면 연구자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연구자와 정책가 중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지 조언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 남고자 한다면 특정 분야에 몰입하며 깊이 있는 사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혼자서 사유하기를 즐기는 성향이라면 연구자의 길이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위기 관리 능력이 중요합니다.
정책은 항상 긍정적인 반응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행정가나 정책가로의 진로를 탐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공공 연구와 융합기술 정책을 이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융합기술정책과 이우진 과장님의
경력 스토리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또 다른 연구자가 아닌 과학기술정책 직무이야기가 궁금하다면
[K클럽-경력사례]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