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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제 글에서 다룬 박사학위를 한 줄로 요약하면 “독립된 연구자” 자격입니다. 이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바로 학위논문 연구이지요.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듯, 석사학위 논문 연구가 해당 분야의 지식이 있는지를 인정받는 과정이었다면, 박사학위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참신한 접근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입니다. 어려운 게 당연하지요.
이 질문은 저도 많이 했고, 또 많이 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1년 안에 끝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3~5년이 걸리기도 하지요. 학위논문 작업 기간은 정말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2021년 봄에 착수해서 2023년 6월에 마무리, 거의 2년이 걸렸습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학제, 연구주제, 접근 방식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엮어 하나의 연구로 재구성하는 방식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기획해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요. 전자의 경우 꾸준히 소논문을 쌓아왔다면 “학위논문 기간”이라는 것이 모호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지요. 물론 기존 연구를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새로 해보자는 욕심이 더 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무모했지만요…)
이번 글에서는 제 개인적 사례를 중심으로 박사학위 논문 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과, 공통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팁을 정리해봅니다. 이미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사회과학 기반의 과학기술정책 전공자입니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사회과학 중심의 연구 방식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학위논문 과정은 크게 탐색연구 – 논문작성이라는 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연구주제를 탐색하고, 연구계획을 세운 뒤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지만, 실제로는 작성 과정 중에도 계속 탐색 성격의 연구를 반복합니다.
[그림1] Dr.K.의 학위논문 작업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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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영준(2023).
특히 제 연구(질적연구 방법 기반)는 연역과 귀납이 순환적으로 교차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2년여 동안 하나씩 이정표를 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선형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위아래로 흔들리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후퇴하기도 하면서 이루어진 ‘우상향’이었어요.
탐색연구 단계: 많이 읽고 공부할수록 나중에 쉬어진다
사회과학 연구에서 탐색연구는 연구질문과 연구목적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연구자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직감으로 문제를 감지(problem sensing)하고,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탐색(problem searching)합니다. 이 과정에서 *메타문제(metaproblem)*를 포착하고, 자연히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에 다가가게 되지요.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틀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substantive problem)를 규정하고, 공식적인 연구질문과 목적을 도출하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그림2] 탐색연구 단계에서 연구계획 수립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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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영준(2023).
이 과정은 연구계획 수립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의 윤곽을 잡기 위해 관련 이론과 선행연구들을 끊임없이 읽게 되고(표본포화), 어떤 연구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어 왔는지를 확인하게 되며(경계추정), 수집한 정보를 분류해 자신의 개념틀을 만드는 과정(분류분석)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자연히 해당 연구문제를 어떤 연구전략과 조사분석 기법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박사학위는 독립된 연구자로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 문제를 탐지하고 정의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제시까지 하는 일련의 연구과정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방법을 채택해야 합니다. 즉, 탐색연구는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질문과 연구방법을 포함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인 셈이지요.
연구목적과 방법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조사와 분석 단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단계도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는 사회과학의 질적연구 방법을 채택했기에, 그 과정을 중심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회과학에서 양적연구와 질적연구는 자료의 수집과 처치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채택한 질적연구 방법은 연구자를 독립된 객체이자 연구 자체로 보기 떄문에, 질적연구에서 연구자료는 “연구자가 보고 들은 무엇, 또는 연구를 수행하며 전달받은 무엇이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Maxwell, 2005). 따라서 연구자는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면서 분석해나가면서 정보를 생성하는 양면적인 작업을 해야 하지요 (김영천·정상원, 2017: 62).
[그림3] 질적연구와 양적연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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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구에서는 자료 확보, 특히 충분한 문서 확보가 핵심이었습니다. 질적연구 자료로서 문서(xss-document.#41;는 “넓게는 인간 경험을 담은 일체의 인공물, 좁게는 기록된 정보”를 의미합니다. 제가 확보해야 했던 문서는 정부 내부 회의록, 안건자료, 속기록, 공공기관의 기술자료는 물론, 보도자료와 언론기사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서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분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 인터뷰, 방문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지요. 발품, 손품 파는 만큼 자료를 확보한다는 각오로......)
수집된 자료의 처리는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을 활용했습니다. 내용분석은 기록의 의미와 맥락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원인·결과·동기 등을 추론하는 대표적인 질적 분석기법입니다(최성호 외, 2016: 130). 다만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 코딩, 범주화, 빈도 파악, 맥락 분석을 혼자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QDAS(질적연구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개발된 Atlas.ti를 활용했지요. 방대한 자료의 전사, 분류, 코딩, 연구메모 정리, 범주화, 시각화까지 전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Atlas.ti 는 비단 질적연구 뿐만 아니라, 일상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강력한 툴 입니다. 제가 사용할 당시에는 국내에 정보가 많이 없어서, 공식 홈페이지의 영문 매뉴얼을 보면서 배웠고, 유튜브의 영문 강의도 들었었지요.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하세요: https://atlasti.com/
[그림4] 질적연구에서 디지털 도구의 사용에 관한 연구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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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작성 단계에서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이라는 조건은 꽤 치명적입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장소의 제약도 크지요. 저는 질적연구 특성상 방대한 문서를 계속 읽어야 했고, 집에서는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늘 새로운 작업 공간을 찾아다녔습니다. (결국 마지막엔 개방형 오피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논문작업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논문작업은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기 떄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목표한 시간에 쫓기면서 작업을 하다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마음을 먹고, 필요한 도구와 장비를 갖추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게 되더군요. 태블릿 PC로 문서를 보기 시작했고, 자료는 모두 유료 클라우드 기반 앱으로 백업과 정리를 했습니다. 아래 그림5에 제가 사용했던 앱들을 정리해두었습니다.
[그림5] SW별 연구 활용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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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분석메모와 연구일지는 꼭 추천드립니다. (가끔은 넋두리도 함께…). 논문심사에서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실제로 앱들을 직접 열어 화면을 보여드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학위논문 작업 그 자체가 하나의 연구이자 외로운 싸움일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분투 과정도 잘 정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분투 과정도 잘 기록해두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작업하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고된지, 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 사실이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춥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의 작은 과업을 헤쳐 나가다 보면,
그 끝에서 반드시 여러분의 목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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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영준 (2023). "나는 어떻게 질적연구를 활용하고 표현하였는가". 충남대학교 과학기술정책전공 세미나(2023.11.11).
김영천, 정상원 (2017). "질적연구방법론V: Data Analysis", (서울: 아카데미 프레스).
최성호, 정정훈, 정상원 (2016). "질적 내용 분석의 개념과 절차", <질적탐구>, 2(1).
Maxwell, J. A. (2005). Qualitative Research Design: An Interactive Approache. Sag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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